묘비문은 내 생애보다 개성적일 유계영{이런이야기는 좀 뒤죽박죽이야}나의
2마리의 앵무새가 있는 구성*유계영
내 묘비문은 내 생애보다 더 개성 있는 모국어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정해진 날씨에는 생전에 열어 놓은 새장 속에서 새들은 날갯짓을 하고 있다
보내지 못한 엽서들이 수신자들의 눈에 강하게 새겨질 것이다 아침 창문의 나뭇잎을 적시는 데 비가 내릴 것이다 잉크 위의 빗방울들은 자음만을 간직할 것이다
옷소매를 물어본 적이 없었어도 골판지 모서리를 씻어본 적이 없었어도 그 맛을 모두 알 것이다
호랑이 카펫의 감촉을 떠올리던 사라진 발바닥이 감미롭겠지 꽃은 낯선 곳에서만 향기를 자아내게 될 것이다.
지붕 위에 희미한 구름이 떠 있는데 비를 피하도록 두세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닦아 내지 않는다
이름의 주술이 부서지겠지 몇 걸음으로 살던 곳으로 갈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페르난 레제의 그림 제목.
앵무새 두 마리가 있는 구성 페르낭 레제 1935 캔버스에 유채꽃 400x480cm출처 프랑스 국립박물관연합(RMN)실패한 번역태양의 줄무늬를 밟고 공중에서 뒹굴던 한 구르기에 쓰러진 붉은 양탄자의 작은 새, 작은 새, 그리고 작은 새의 노을을 붕조*의 날갯짓이라고 부르는 자라면 역시 시인이다.
책가방의 어깨끈을 양손에 쥐고 악독 구경 온 유흥가의 안경처럼 언덕길 아래로 눈동자를 밀어내는 돌.
두 번 작별하기 위해 액자 속에 사진을 넣었다가 잊어버리는 일사방 벽, 좌측로 벽, 우측로 벽, 위에 아래 갇힌 줄도 모르고 새들이 구르는 구름처럼 잠들어 있다.
시소 위의 깃털, 깃털, 약간의 검은색 깃털 가슴에서는 솜을 찢는 소리가 자기도 모르게 나타나 검은 꽃을 쥐어주고 도망치는 밤.
소중한 비극을 발견하고 발견한 단 한 방울의 눈물이 전혀 특별하지 않고 남은 인생을 열심히 울겠죠.시인이란……
*장자 소요유편 중
심야 산책
슬프네, 말하고 누운 게 아프네, 말하고 벌떡 일어나는 앉기, 용수철이 묵묵히 받쳐온 밤의 엉덩이뼈가 튀어오른다.뛰어오를 때까지 뛰어오르다
내게 없는 어린 조카가 장난감 차를 굴리며 다가와 송장처럼 누운 몸 위를 지나간다.장난인 줄 몰랐으면 나 진짜 죽을 뻔했잖아
마르지 않은 아스팔트 위에 공동이 나 있을 것
뿌리는 땅 속에서 어떤 기억을 훔치고 열매가 검게 물드는지 포도알 속에 웅크린 감정을 하나하나 발음해보고
밤에는 지켜줘야 할 비밀을 많이 가지고 있다.이제 밤에는 시끄러워서는 안 되지만 악몽 밖으로 나온 발이 밤새도록 시려 따뜻하게 데워졌다.반복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난 풍요로워져
수만마리의 나비가 몰아댄 단 한마리의 나비만이 꽃 위에 앉는 것처럼 슬프다 말하고 누워버린 것도 아프고 말하고 벌떡 일어나 앉은 적도
감사합니다
